가끔 딸 아이가 딱히 손재주가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.
뭔가 만드는 손재주라기 보단, 그리고 오리고 붙여서 만드는 콜라주나 드로잉이나.
오히려 더 정확하겐 만화 그리기라고나 할까.
첫째에게선 전혀 느끼지 못했던 미세한 차이가 시간이 흐를 수록 뚜렷하게 보였다.
그림 속 캐릭터의 포즈나 미세한 웃음 등.
첫째는 대체로 그림이 정적이라면, 딸 아이의 그림은 동적 그 자체였다.
아이 아빠로서 자녀에게 느끼는 남다른 감정이 종종 생긴다는데.
아마 그 남다른 감정을 딸 아이에게서 받는 듯 하다.
나도 어릴 때 열심히 만화를 보고 그리고, 또 낙서를 하면서
부모님께 혼이 났다. 그런데도 그리는걸 멈추지 않았다.
하지만, 우리 부모님 세대야 공부가 최우선이었으니 지금도 이해하기에 원망하지 않는다.
대신 딸 아이가 그리고 싶어하는 것에 있어선 아무말 없이 그릴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해준다.
그래서 어제도 드로잉북 2권이나 사서 딸에게 줬다.
그리고 그 전엔 혼자서 뚝딱거리며 종이 로봇을 만들었는데.
역시나 뭔가 만드는 손재주는 없어 보이긴 한다.
오히려 얼굴을 그린 그림이 더 좋아보이기까지 하니 말 다했다.
다만, 내가 그토록 그림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, 혼나면서까지.
그럼에도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된건 부모님의 잔소리가 그쳤을 무렵이었다.
대학생이 된 이상 그림을 그리든 뭘하든 신경을 쓰지 않으시던 부모님이었다.
그 전엔 부모님의 잔소리에 반동하여 열심히 그렸던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
아주 가볍게 손을 놓고 말았다.
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계속 잔소리를 하셨더라면
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진 모르겠지만.
딸 아이는 오래도록 좋아하는걸 놓치지 않고 살았으면 한다.
지금 다시 그리려고 해도 어색하기만 한데.
막상 딸 아이가 그리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가 그려야겠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.
나의 미니미가 되어 그리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같은데.
어쨌든 결론은 그림과 나는 거리가 더 멀어지겠구나라는 생각.